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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된 작품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봤던 작품이지만 대표적인 주인공인 유승호의 유년시절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을분 할머니의 인상 깊은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연기가 이 영화의 따뜻함을 안겨주고 깊은 공감을 형성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한 시골인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와 순수한 감정선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입니다. 오래되었지만 지금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영화 집으로, 지금부터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줄거리
7살이었던 상우는 엄마와 함께 할머니 댁으로 갑니다. 엄마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상우를 할머니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할머니댁은 기차를 타고도 마을버스로 갈아타서 한참 들어가야 할 정도로 깊고 외진 곳에 위치했습니다. 처음 보는 말도 못 하고 글도 읽지 못하는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야 하는 게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가져온 음식들과 오락기를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배터리가 닳아버려 할머니에게 사달라고 조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기에 못 알아듣습니다. 짜증이난 상우는 요강을 부수고 은비녀를 훔쳐서 배터리를 직접 구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혼자 읍내로 나가서 슈퍼와 철물점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결국 배터리는 구하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립니다.
상우는 같은 마을의 할아버지를 만나서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자신을 혼내지 않는 할머니를 보며 미안한 마음을 가집니다. 어느날 치킨이 먹고 싶어진 상우는 할머니를 졸라 치킨이 먹고 싶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치킨에 대해서 잘 몰랐던 할머니는 닭백숙을 가져왔고, 치킨을 달라고 조르던 상우는 잠이 듭니다. 그리고 밤중에 배가 고파진 상우는 할머니가 만들었던 닭백숙을 먹게 됩니다.
할머니는 상우의 아이다운 투정도 마다하지 않고 정성을 쏟습니다. 그러나 상우는 만족할 줄 모르고 할머니는 아낌없이 주고도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보입니다.
할머니에게 느낄 수 있는 모성애
이 영화를 보게 되면 가장 마음에 와닿는 감정은 따뜻함, 그리고 모성애이다. 외딴 곳에 상우를 맡기고 엄마는 떠났다. 그렇게 할머니와 상우의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상우는 초라하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음 보는 할머니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습니다. 할머니를 '병신'이라고 놀리고, 고무신을 숨기며 요강을 걷어차는 등 할머니에게 투정을 부립니다. 하지만 이런 심술들이 이유 없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없는 아이가 된 외로운 꼬마의 투정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에게 말하지 못하는 할머니는 손으로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손자에게 미안함을 계속 전합니다. 아낌없이 주고도 늘 미안해하는 마음, 그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을 모성애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맑고 깊은 마을에서 사는 것처럼 할머니는 그 자연의 일부로 녹아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살아낸 시간만큼 모성도, 자연도 할머니 안에서 깊이 무르익었습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모성, 자연, 인간을 살리고 키우는 가장 근원이 되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아왔거나 당연시해오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망각을, 우리 또한 한때는 상우와 다를 게 없었음을 각인시키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할머니의 마음을 들쑤시는 상우지만, 그런 상우의 모습을 감싸고 달래며 근원적인 힘을 보여주는 할머니처럼 사랑의 겸손함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할머니의 사랑에는 소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소리가 없음에도 사랑이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드라마틱한 감정의 자극보다는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따뜻한 감정이 스며들게 만듭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누구나가 그런 시절이 있듯이, 손마디 하나에 감동을 시키는 할머니처럼 우리 안에 잊고 살았던 모성, 그리고 그것에서 오는 위로를 전하지 않나 싶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쯤 봐도 전혀 손색없는 작품입니다. 가족영화인 만큼 온 가족이 함께 보며 서로의 따뜻함을 느끼길 바랍니다.